지금에 와서야 고백 하건데 .......
사춘기를 막 벗어난 열아홉 가을에 알게 되어 지금 까지 사랑하는 이가 있다.
아직 주의의 눈이 두려운 열아홉에는 편안하게 만나질 못하고 어른들 몰래 기껏
친구들과 어울려 어른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사랑을 나누었지만 고딩을 벗어난
이후에는 어디서든 떳떳하게 만날 수 있었다.
허지만 어느 노래 가사처럼 사랑해서 안 될 만남이 엇기에 일년쯤 지난 후 나의 만남을
눈치 챈 부모님의 호된 질책에 우리의 만남은 부모님 모르게 점점 음성화 되었다.
집 근처가 아닌 다른 곳에서야 아무 거리길 것이 없었지만 원주에서는 혹시라도 동네사람들을 마주칠 까봐
조심스레 만남을 가지며 사랑을 키워 갔고 정말 잘못된 만남 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하루하루 갈수록
나의 사랑은 미치도록 더욱 깊어만 갔다.
힘든 군 시절 가을의 맑은 햇살아래 처절하도록 포복을 하면서, 구보에, 행군에 몸은 갈기갈기 짓기면서도
나를 지탱하게 해 주었던 것은 이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에게 주어질
그녀와 만남의 행복을 그려보는 것 이였다.
어쩌면 아내보다 더한 존재 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고백 하면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아내 보다 사실은 그녀가 더 그리웠다.
아내도 나와 짧은 연애시절부터 이미 내가 사랑하는 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결혼하면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는 수없이 많은 약속을 하고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나 ..........
그로인한 아내와의 수없이 많은 다툼.......
어지만 어느 시점엔가 아내도 포기하고 말았고 나의 그녀에 대한 사랑을 그저 체념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작년, 아내가 아이들과 캐나다로 떠나고 나서 1년 동안 나는 엄청난 자유를 만끽 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은 정말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면 늘 나와 함께 하였고 심지어는 가족들의 체취가 남아있는
집안에서도 함께 할 수 있었다.
허지만 이 나이에 이젠 더 이상 이런 잘못된 만남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행복 했지만 그런 만남이 거듭 될수록 나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돌이켜 보면 마흔 여섯의 내 삶에서 그녀와 참으로 많은 것을 함께 하였다.
일이 힘들 때 , 때론 삶이 힘들 때 우울할 때 사실 나는 아내 보다, 친구들 보다는
그녀를 먼저 찾았다.
그녀에게 위로 받으면서 힘듦과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었고 때론 말없이 있어도
그녀의 체취에 엉켜있던 많은 생각들을 정리 할 수 있었다.
이제 이별을 하고 나면 한동안은 난 무척 이나 고통스러워 할 것이다.
한 달 두 달, 어쩌면 일년 이년 아니 어쩌면 앞으로 평생을 그녀와의 만남을 그리워
하면서 살지도 모른다.
허지만 한두 달은 고통스럽겠지만 세월이 지나면 아픔 보다는 그저 잔잔한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다.
아~ 창밖의 햇살이 참 아름답다.
이젠 정말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이별을 해야겠다.
저 햇살처럼 맑은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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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이별하는 마당에 내가 사랑했던 그녀의 이름은 밝히고 싶다.
선,거북선,은하수,한산도,솔,디스,타임, 빨간던힐...
흠~~~ 이 글을 쓴 이후 만 2 년이 다되어 가도 아직 이별을 하지 못했다...............
담배 끊기는 넘 어려워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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